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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이 컨텐츠/[난임]네가 우리에게 오는 시간

(21)2019.11.11.(월)-시험관1차,임신7주0일,심장소리,입덧시작

by 한여름 2019. 11.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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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토요일(9일) 출산 병원 후보지 중에 한 곳을 다녀왔다.

오전 10시 조금 넘어 도착했는데 번호표를 뽑으니

내 앞에 25명 정도 대기가 있었다.

 

오늘안에 진료 받을 수 있으려나 했는데,

역시 큰 병원이라 의사도 많고 시스템도 퐉퐉 잘 돌아가서인지

생각보다 빨리 진료실로 들어갔다.

 

내가 보려던 의사는 다른 사람이었는데,

토요일은 예약없이 외래가 어렵다고 시간이 되는 의사한테 진료 받았다.

담당 의사가 어떤지도 보고싶어서 간거였는데..아쉽.

 

처음으로 남편이랑 같이 들어가서 질초음파 보는데

의사가 한-참(나한테는 영겁처럼 느껴짐)동안

아기를 요리조리 찾는데... 좀처럼 못 찾는 게 아닌가...

나와 남편 쪽으로 향했던 모니터도 자기쪽으로 획 돌리더니

그렇게 한참이나 찰떡이를 찾는거다...ㅜㅜ

 

순간 얼마나 심장이 쫄렸는지...

 

의사는 아직 아기가 너무 작고, 자궁벽쪽에 붙어있어서 

형태는 잘 안보일 수 있다며 심장소리를 찾아줬다.

 

헉 찰떡이 심장이 뛰고 있다 ㅠㅠ...

 

내 안에 진짜 다른 생명의 심장이 뛰고있는 걸 확인한 순간이었다.

이게 꿈이야 생시야 @_@

 

신기하고, 안 믿겨지고, 조금 겁도 나고 기분이 묘했다.

 

초음파실 나와서 상담하는데

아직은 너무 초기라고 다음주 정도면 아기가 더 잘보일꺼란다.

 

산전검사는 다음주에 아기 확실히 확인하고 해도 된다고

그 이후에 하라고 하고, 독감예방주사는 12주 지나 맞으란다.

난임병원에서는 '네 맞으세요'라고 했는데...뭐지 -_-..

 

아무튼 찰떡이는 마지막 생리일을 기준으로 한 예정일 보다

천천히, 그렇지만 잘 자라고 있는 것으로 생각하면 되겠다.

주수는 계속 변하는 거라고 했으니

지금 아기가 좀 작다고 심각하게 걱정 할 필요 없겠다.

이상출혈도 없는데다가 점점 극심해지는 입덧이

찰떡이의 존재를 명확하게 각인시켜주고 있으니까. =_=

 

 

내친김에 이제부터 입덧 썰을 풀껀데, '입덧'이거 진짜 묘하다.

 

5주까지는 미친듯이 입맛이 돌아서 하루에 여섯끼를 뿌셨는데

6주 들어서니 완전히 '미각이 상실'됐다.

 

울렁거림(메식거림) + 싫어하는 냄새 더 싫어짐 + 미각 상실

로 식욕이 0에 수렴하는 기이한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대학 입시에 떨어진 날에도 밥은 먹고 울었던 내가

'입맛을 잃는다'는게 도무지 무슨 말인지 몰랐던 내가

이럴 수 있다니... 

솔직히 괴롭다기보단 신기하고 좀 웃기다.

 

특히 '미각 상실'이 진짜 헛웃음 난다.

지난 주말, 편의점을 털어서 집나간 입맛을 찾아보자!며

남편이랑 의기투합해서 동네에서 꽤 큰 편의점에 갔다.

 

평소에 좋아하던 간식, 입덧에 좋다는 국민 크래커 등등을

한꾸러미 싸들고 집에와서 하나씩 시식하기 시작했다.

뭐라도 기쁘게, 맛을 느끼면 먹을 수 있는게 있을까해서.

 

포카칩 - 감자향이 0.0001% 정도 섞인 바삭한 종이 씹는 맛.

냉동피자 - 축축하고 두꺼운 종이 씹는 맛. 

참크래커 - 굵은 모래를 입안에 가득 넣은 느낌. 무맛.

닭다리통구이 - 고기맛이 전혀 안느껴지고 이상한 술(..)맛이 나서 못 먹음.

매운고추참치 - 매운맛이 전혀 안느껴지고 비릿한 맛만 극대화.

진라면 매운맛(컵라면) - 매운맛이 전혀 안느껴지고 밀가루면을 뜨거운 물에 말아먹는 맛.

새콤달콤 - 새!콤!달!콤!!!

 

수많은 것 중에 가장 불량식품에 가까운 새콤달콤만이 

내 미각이 아직 완전히 죽지 않았음을 말해줬다.

 

그래서 요즘 내 주식은 '새콤달콤 레몬맛'이라는 결론...

 

오늘도 점심 시간은 한참 지나서 1시 40분이 다되어가는데

도무지 뭘 먹을 수 없다.

냉장고만 열어도 속이 울렁울렁...

다시 새콤달콤만 우물우물...

 

아아 뭐라도 좀 먹어야겠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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