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사람]르 코르뷔지에(Le Corbusier 1887~1965), 거장의 집
20세기에 가장 영향력 있었던 건축가이며 현대 건축의 아버지라 불리는 '르 코르뷔지에'는 스위스 지폐에 얼굴이 새겨질 만큼 위인으로 칭송받는 인물이다. 스위스 태생이지만 주 활동 무대는 프랑스였던 터라 스위스와 프랑스 양국에서 모두 ‘우리’ 르 코르뷔지에라며 모셔가기 신경전을 벌인다고 하니, 그가 얼마나 사랑받는 건축가인지 알 수 있다.
이런 위대한 건축가는 얼마나 멋있고 으리으리한 집을 짓고 살았을까? 르 코르뷔지에가 1965년 8월 27일 77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할 때 머물렀던 집은 약 4평에 불과한 통나무 집이었다. ‘르 코르뷔지에의 카바농(le corbusier cabanon)'이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진 이 작은 집은, 그가 1951년에 아내에게 줄 생일선물로 45분 만에 스케치를 완성하고 ‘나의 작은 궁전'이라는 애칭으로 불렀다고 전해진다. 이 작은 궁전은 현재도 지중해가 한눈에 들어오는 프랑스 남부 카프 마르탱에 있고, 2016년 7월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르 코르뷔지에가 이 오두막에서 지냈던 순간들을 기록한 사진 몇 장만 보아도 그가 이 곳에서 얼마나 자유로운 시간을 보냈는지 알 수 있다. 그가 꼭 짓고 싶었다는 최소한의 집, 그러나 부족함이 없는 이 집에서 그는 격식 없는 편안한 모습으로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는 일로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 잠시 쉬고 싶을 때는 지중해의 따스한 햇볕이 가득 들어오는 정방형 창에 기대어 사색을 즐겼다고 한다.
더도 덜도 없이 내 몸에 딱 맞춘 공간, 온전히 자기 자신을 위한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작은 집. 불편함도 기꺼이 즐거워지는 곳에서 그는 생을 마감했다. 건축의 거장이 말년을 보낸 집이 단지 4평짜리 오두막이었다는 사실이 우리에게 여러 가지 질문을 던져준다. 집 이란 뭘까? 우리에겐 어떤 집이 필요할까? 지금 우리는 정말 ‘집' 다운 집에 살고 있는 걸까?